2024년 “장애인이라 불합격, 입증책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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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690회 작성일 24-08-29 09:22본문
“중증뇌병변장애인 청년 A씨는 입에 스틱을 끼워서 컴퓨터를 사용하면서도 서울의 대학에서 세무회계를 전공하고,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국내 주요 대기업의 서류전형, 필기시험은 모두 통과했지만 면접에서 모두 탈락했다. 탈락이유는 알 수 없었다. A씨는 사기업을 포기하고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여 세무직 9급 공개 채용에 응시하였고, 어려운 과정을 거쳐 합격하였다. 그러나 다시 면접에서 최종 불합격처분을 받아 이에 소송을 제기하였고, 법원은 2017년 A씨에 대해 불합격취소 처분 결정을 내렸다. A씨는 현재 세무서에서 근무하고 있다.”
“양극성 정동장애 진단을 받은 정신장애 3급 장애인이 2020년 8월 경기도 화성시 지방공무원 행정9급 임용시험 장애인 구분모집에 지원해 높은 성적으로 필기시험에 합격했다. 그러나 면접에서 탈락했는데 당사자는 같은해 12월 화성시인사위원회와 화성시를 상대로 불합격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면접시험에서 면접관들은 ‘장애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 어떤 장애인지, 무슨 장애인지, 그런 질환도 장애 등급이 되는지, 잠이 많은 이유가 약을 먹어서이거나 질환 때문인지’ 등 직무와 무관한 질문을 했다. 1심 재판부는 장애인차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으나 항소심과 대법원은 장애인인 원고의 손을 들어주어 당사자는 재면접을 통해 현재 공무원으로 일을 하고 있다.”
“2023년 서울시교육청은 장애인선발예정 인원 27명 중 필기시험 합격자 19명에 대하여 선발예정인원에 미달하였음에도 최종 11명만을 합격시켰다. 참여했던 장애인 응시자들은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올해로 장애인 차별금지법이 시행된지 16년이 지났지만 장애인, 특히 중증장애인에게 고용은 넘기 힘든 ‘분리장벽’이다. 2023년 장애인고용률은 3.17%, 공공은 3.86%, 민간은 2.99%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5월 ‘공공부문 상승률이 민간보다 높다’며 발표한 내용이다. 장애를 이유로 한 부당 채용거부와 차별 행위는 수년이 걸리는 소송을 통해서야 시정할 수 있고, 현실은 입증의 책임을 장애인 고용 당사자에게 돌리고 있다.
장애 차별 판단의 입증책임 토론회에서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이 발제하고 있다. 사진 김진이
‘장애차별 판단의 입증 책임’을 채용 차별사건을 중심으로 고민하는 토론회가 27일 오후 2시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안호영 김주영 이학영 박정 강득구 박해철 박홍배 이용우 김태선 국회의원과 김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사)경기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가 공동 주최했다. 토론회 사회는 이경희 김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가 맡았고, 임성택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가 좌장으로 토론을 진행했다.
“시험을 잘 보고 면접도 잘 봤는데 최종 불합격 통보를 받고, 장애인 당사자는 왜 공무원이 못됐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소송을 시작했는데 차별 사실을 당사자, 원고에게 입증하라고 합니다. 면접 과정에서 ‘무슨 장애를 갖고 있는지’, ‘장애 있으면 일하기 힘들지 않겠냐’는 질문을 했습니다. 다행히 이 질문을 근거로 최종 면접 과정에서 차별을 받았다는 사실이 인정되었습니다. 최근에서는 교육청 채용 과정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은 장애인 4명이 소송을 하고 있는데 이 경우는 어떤 편의를 제공을 하지 않았는지, 어떤 질문을 했다거나 하는 사실이 명확하지 않아 현재 입증이 어렵습니다. 중증장애인을 뽑기 싫었을 수도 있고, 면접관들이 선입견을 가질 수도 있는데 그 마음을 판단하거나 입증하기는 어려우니까요.”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장애인 채용 차별 양상과 증거의 편재’를 상담사례를 중심으로 발제했다. 김 국장은 “장애인차별금지법상 고용과 관련한 차별금지 조항은 필요한 내용들을 잘 담고 있다. 하지만 사례를 보면 정부와 관련 공공기관들조차 장애인차별금지법의 내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관련 절차도 마련하지 않은 채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합리적으로 정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입증책임을 져야 하고, 공무원 임용에서만이라도 장애인이 차별받지 않는 시스템을 빨리 만들기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개별 소송으로 판단받는 것이 아니라 전체를 정비하고 소송이 제기되지 않도록 하는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애 차별 판단의 입증책임 토론회에서 장선미 한국후견신탁연구센터 전임연구원이 발제하고 있다. 사진 김진이
장선미 한국후견신탁연구센터 전임연구원은 ‘실질적 평등 실현 및 차별 구제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입증책임의 배분’에 대한 발제에서 장애인차별금지법에 근거한 ‘입증 책임 배분 근거’에 대해 설명했다.
“2급 청각장애인인 원고가 서울시 직업교육훈련기관 교육훈령생 선발과정에 지원했다 불합격한 후 법원에 장애를 이유로 피해를 입었다고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당시 법원은 장애인차별금지법 47조의 입증책임 배분 규정에 근거하여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른 차별이 있었다’는 주장을 하는 장애인 당사자에 대해 ‘차별이 아니며, 불합격에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는 주장은 상대방이 입증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결했습니다.”
장선미 전임연구원은 “우리와 헌법 규정이 유사한 캐나다의 경우 간접차별이나 정당한 편의제공 관련 내용이 헌법에 규정되어 있지 않지만 법원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입법‧사법부가 장애인의 권리에 관한 협약의 당사국으로서 장애인의 평등을 실현할 의무를 적극적으로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면접시험에서 어떤 불리한 기준이 적용되었는지를 알 수가 없습니다. 글자를 얼마나 잘 썼는지, 목소리가 크고 말투가 바른지, 자세가 바른지, 미소를 띈 표정을 계속 짓고 있는지 등 이런 기준이 모두 장애인들에게는 불리할 수 있는데 이러한 기준은 사용자들이 만들고, 그들만이 알 수 있습니다. 소송을 하게 되면 장애인 당사자가 이걸 밝히려고 노력하고 재판부에 피고 측이 증거를 제출하게 해달라고 호소하게 됩니다.”
이정민 법률사무소 지율S&C 대표변호사는 “실제 재판과정에서 피고가 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곤란해하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다”며 “피고측에서 먼저 적극적으로 제출하여 장애로 인한 차별이 아니라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아닌 경우에는 차별이었음을 판단할 수 있도록 재판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수옥 독일정치경제연구소 노동법‧차별금지법센터 센터장은 독일의 사례를 중심으로 ‘사용자의 정당한 사유입증’ 방법들을 소개했다. 황수옥 센터장은 “독일에서는 장애인 고용을 의무화하여 월 평균 20개 이상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민간 및 공공 사용자는 최소 5%의 일자리에 중증장애인을 고용해야 한다”며 “채용 과정에서 장애인 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증장애인 대표를 면접위원으로 참여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독일에서는 2006년 일반평등대우법 시행 이후 면접에서 장애인 지원자는 장애가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되는 경우 사용자에게 이 사실을 고지할 의무가 없으며, 장애에 관한 질문에 진실하게 대답할 필요가 없는 ‘거짓말할 권리’가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토론자로 나선 이수연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면접관의 개인적인 혐오, 인권 감수성에 따라 합격의 당락이 결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애인 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면접을 보는 장애인과 유사 정도에 준하는 정도의 장애 면접관이 과반수 이상 참여해야 객관성과 공정성이 실현될 수 있다”며 “여성‧노동 관련 위원회에서는 여성의원, 노동 전문가들이 1인 이상 참여하도록 하고 있는데 장애 분야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상원 변호사(사단법인 두루)는 “장애인권리협약은 헌법에 의해 체결‧공포된 조약으로서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법원은 장애인 차별구제 사건에 관해 장애인 권리협약에 따른 차별금지 의무가 이행될 수 있도록 협약에 관한 내용을 숙지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적용할 권한과 의무가 있다”며 “법원은 고용상 차별의 입증책임에 관한 해석에서도 장애인권리위원회의 일반논평을 포함한 권리협약의 내용을 적극 참고하여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평등권 실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 주최자와 발제자들이 토론회전 김주영‧이용우 의원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김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주영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김포갑)은 “보건복지부가 2023년 장애인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우리나라 장애인고용률은 37.2%로 전체 인구 고용률 63.3%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낮은 장애인 고용 현실에는 여러 사회구조적인 문제가 있지만 채용과정에서 발생하는 차별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며 “장애인 채용 과정에서 발생한 차별 사건에 대해 법원이 입증 책임 배분 조항을 어떻게 적용해야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입법취지에 부합할 수 있는지를 토론회를 통해 살펴보고 국회 환노위 간사로서 입법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이영우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인천서구)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명시된 입증책임은 당연한 원칙이다. 이제는 단순한 입증 책임을 논하는 것을 넘어 공공부문에서라도 장애인이 차별받지 않는 시스템을 구축하여야할 시점”이라며 “장애인 채용절차에서의 차별 양상을 분석하고, 실질적인 구제 방안을 모색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해달라”고 부탁했다.
이날 국회 토론장에는 김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용자들을 포함하여 당사자인 장애인들이 참여하여 토론내용을 끝까지 듣고, 적극적으로 질의응답을 하기도 했다.
출처 : 비마이너(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68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