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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년 만에 돌아온 한국피플퍼스트대회 "발달장애인도 시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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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272회 작성일 22-10-21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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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한국피플퍼스트대회 열려
올해는 수원서 개최, 슬로건은 “발달장애인도 똑같은 시민”
주제 발표서 휴대폰 사기 피해 집중 조명
“윤석열 정부는 개통 취소 법안 마련하라”
춤·노래·악기 연주로 자유 발언, 뜨거운 열기



하나, 발달장애인도 똑같은 시민이다!

하나, 발달장애인도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

하나, 발달장애인도 시설이 아닌 내 집에서 살아야 한다!

하나, 발달장애인에게 투표보조와 쉬운 선거자료를 제공하라!

하나, 발달장애인도 안정적인 일자리와 월급을 받아야 한다!




전국 각지에서 참여한 발달장애인과 조력자들. 사진 하민지

제9회 한국피플퍼스트대회가 성공리에 개최됐다. 대회 1일 차인 20일 목요일 오후 2시,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조력자 574명이 모였다. 강원도에서 제주도까지, 전국 각지에서 집결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대회가 취소됐다. 지난해도 마찬가지로 코로나19 때문에 일정 규모 이하로 참가자를 제한해야 했다. 올해에는 3년 만에 모두가 한곳에 모여 1박 2일간 대회를 치를 수 있어서, 다들 들뜬 표정이었다.


대회 참가자들이 슬로건이 적힌 작은 현수막을 활짝 펼쳐 보이고 있다. 사진 하민지


올해 슬로건 다섯 개는 발달장애인이 직접 정한 것이다. 대회 또한 발달장애인이 기획하고 진행했다. 대회에서 노래하고, 발표하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춘 모든 사람이 발달장애인이다. 피플퍼스트대회는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등 전 세계 43개국에서 열리는 발달장애인 당사자 대회로 한국에서는 2015년 11월, ‘한국피플퍼스트대회’가 대구시에서 처음으로 열렸다. 이후 코로나19 상황이 극심했던 2020년을 제외하고 매년 열렸다.

올해에는 “발달장애인도 똑같은 시민”이라는 슬로건 아래, 휴대폰 사기 피해에 관한 발표가 이어졌다. 동료의 피해를 목격한 사람과 피해당사자인 사람이 발표자로 나서서 피해 사실을 상세히 공유하며 윤석열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문윤경 한국피플퍼스트 대표가 축사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 전국 동지들의 축사… “발달장애인이 주체가 되도록 함께 투쟁하겠다”

3년 만에 열린 뜨거운 오프라인 대회. 전국에서 장애인권운동을 하는 활동가들의 축사가 이어졌다.

강정호 한국피플퍼스트대회위원장은 “이번 대회 또한 한국피플퍼스트 회원들이 직접 준비했다. 올해에는 대회 준비와 함께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에서 발달장애인의 투표권을 보장하라는 활동도 열심히 했다”며 “발달장애인도 경기도민이고 대한민국 국민이다. 한 사람의 시민으로 인정되고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윤경 한국피플퍼스트 대표는 “올해에는 전국의 발달장애인이 모두 모일 수 있어서 매우 기쁘다. 대표로서, 대회를 준비한 지난 1년이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발달장애인인 우리가 직접 회의하고 의견을 나눈 열매가 오늘 맺어진다니 마음이 뭉클하다”며 “한국피플퍼스트대회는 발달장애인이 직접 ‘우리’를 이야기하는 자리다. 오늘 당당하게 많은 목소리를 내달라”고 축사했다.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발달장애인은 자기 삶의 주체가 되지 못하고 누군가에 의해 삶이 결정됐다. 하지만 이제 달라졌다. 발달장애인도 주체가 되기 위해 여기 계신 분들이 열심히 투쟁하고 있다. 그래서 이 대회도 열린 것”이라고 말했다.

박명애 장애인지역공동체 대표는 “‘나는 사람이다’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여러분을 언제나 지지한다. 어려운 일은 같이 투쟁하면서 길을 열어가자”고 축사했다.



한 참가자가 ‘발달장애인도 똑같은 시민이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하민지



- 휴대폰 사기 피해 시 개통 취소하는 법안 마련해야

오후 3시부터 이어진 주제 발표 시간에는 발달장애인을 상대로 한 휴대폰 개통 사기 피해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첫 번째 발표자로 김민건 한국피플퍼스트대회 전남위원장이 나섰다. 김 위원장은 무안장애인자립생활센터(아래 무안센터) 자조모임 ‘해바라기’ 회장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은 무안센터의 발달장애인 동료가 겪은 피해 사례를 상세히 소개했다. ㄱ 씨는 2019년 9월, 한 통신사로부터 ‘휴대폰 약정이 끝나서 최신형으로 바꿔줄 수 있다. 목포역 근처 대리점으로 오라’는 전화를 받았다. 새 휴대폰을 개통하고 사용하면서 모든 과정이 사기인 줄은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ㄱ 씨 명의로 휴대폰이 7대나 개통됐고, 미납금이 총 700만 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ㄱ 씨는 이를 납부하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됐다. ㄱ 씨는 무안센터의 지원을 받아 전남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조사를 의뢰했다.

전남경찰청 수사 결과, 해당 대리점 직원은 ‘준사기죄’ 죄목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준사기죄는 형법 34조에 명시된 범죄로써 ‘미성년자의 지려천박(사리를 제대로 분별하지 못하는 상태) 또는 사람의 심신장애를 이용하여 재산상의 이익을 취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를 뜻한다.

수사가 끝났지만 700만 원은 고스란히 ㄱ 씨의 책임이 됐다. 개통 취소나 환불 등도 할 수 없었다. 김 위원장에 따르면 ㄱ 씨는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에서 일하며 한 달에 10만 원씩 갚고 있다.

김 위원장은 해외에선 휴대폰 개통 사기 피해를 본 발달장애인이 보호받을 수 있는 법과 제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국이나 일본에선 소비자의 계약취소권이 폭넓게 보장돼 있다. 따라서 ‘비양심적 거래행위’일 경우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도 약자를 상대로 사기 치는 거래를 취소하는 법이 있어야 한다. 또한 휴대폰을 사거나 바꿀 때, 판매자가 발달장애인이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 줘야 한다. 계약서를 쓸 때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서민정 울산장애인부모회 자조모임 위원장(오른쪽)이 발표 중이다. 사진 하민지



- 장애인 대상 사기는 ‘장애인 학대’… 사기를 피해 가려면?

김 위원장 다음으로는 피해당사자인 서민정 울산장애인부모회 자조모임 위원장이 발표했다. 서 위원장은 2019년, 울산 시내를 지나다 한 대리점 직원을 마주쳤다. 그는 서 위원장에게 다가가 ‘뽑기 게임에 참여할 경우 무료로 휴대폰을 준다’고 했다. 직원은 서 위원장을 강압적으로 대하며 강제로 게임에 참여시켰고, ‘공짜폰 당첨자이니 주민등록번호, 통장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를 알려 달라’고 했다.

서 위원장은 개인정보를 알려주기 싫어서 거부했지만 직원이 ‘공짜폰을 받아야 한다’고 거듭 강요해서 어쩔 수 없이 가르쳐 줬다. 이후 서 위원장이 받아본 요금명세서에는 20만 원이 찍혀 있었다. ‘공짜폰’은 거짓말이었다.

비싼 요금을 혼자 해결하기 힘들었던 서 위원장은 가족에게 이 사실을 말했다. 서 위원장의 어머니가 대리점에 가서 ‘이건 명백한 사기이자 장애인 차별’이라고 강하게 주장해 환불받을 수 있었다. 서 위원장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아 힘들었다. 개인정보는 절대 함부로 남에게 알려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 위원장은 휴대폰 사기, 명의도용 사기 유형을 자세히 설명했다. △허락 없이 개인정보를 몰래 쓰는 행위 △공짜폰이라고 거짓말하며 비싼 휴대폰을 개통시킨 후 요금 폭탄을 맞게 하는 행위 △친한 척하며 여러 대의 휴대폰을 개통시키는 행위 △불법으로 개통한 휴대폰 여러 대로 나쁜 일을 하는 행위 등이 있다.

서 위원장은 “가해자는 친절하게 굴며 우리(발달장애인)의 신뢰를 얻는다. 신뢰를 바탕으로 사기행각을 벌인다”며 “어떤 경우에도 신분증을 남에게 보여줘서는 안 된다. 통장 비밀번호 또한 누구에게도 알려주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장애인복지법 2조 4항에 따라 장애인을 상대로 한 사기, 준사기, 공갈, 특수공갈 등의 범죄는 장애인 학대에 해당해 가중처벌 된다. 서 위원장은 “장애인이 휴대폰을 3회선 이상 개통한 경우, 사기 피해인지 꼭 확인하고 신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퀴즈 시간. 한 활동가가 한국피플퍼스트 티셔츠를 입고 ‘장애인이기 전에 사람이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있다. 사진 하민지



- 춤, 노래, 악기 연주로 표현한 ‘나’

주제 발표 후 한 시간 넘게 이어진 자유 발언 시간에서는 탈시설, 노동권 등 다양한 목소리가 있었다.

한 장애인거주시설에 사는 이철재 씨는 현재 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지원으로 시설 밖에서 지역사회를 체험하고 있다. 단기체험이라 곧 시설로 돌아가야 한다. 이 씨는 “오늘 대회에 참여해서 기쁘다. 지역사회에 나와 먹은 음식 중 짜장면이 제일 맛있었다. 나도 빨리 탈시설해서 자립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애인 노동권에 관해 발언한 한 참가자는 “장애인 최저임금 수준이 얼마나 되나 찾아봤다. 70만 원에서 100만 원을 받는 사람은 3%밖에 안 되는데 30만 원 미만을 받는 사람은 39.2%나 된다. 발달장애인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꼭 최저임금 이상을 받아야 한다. 정부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말했다.



박재환 충북피플퍼스트 활동가가 자신이 만든 발표 자료를 가리키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발표 자료를 직접 제작해 온 참가자도 있었다. 박재환 충북피플퍼스트 활동가는 “발달장애인 학대란 발달장애인에게 고통을 가하는 것을 말한다. 신체적 학대, 정서적 학대, 유기, 방임, 경제적 학대 등이 있다. 전체 학대 중 발달장애인 학대가 69.5%를 차지한다”고 발표했다. 박 활동가는 최근 연이어 일어난 발달장애인 사망 사건을 언급하며, 이 또한 학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발달장애인 참사 추모식에 불참한 것을 비판한다”고 일갈했다.

자유 발언 시간에 참가자가 가장 많이 선보인 건 노래다. 노래로 자신의 욕구와 꿈, 기분을 표현했다. 안산에서 온 심재선 씨는 티아라의 ‘왜 이러니’를 불렀고 같은 지역에서 온 서유정 씨는 에일리의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를 불렀다.

한 도서관에서 일하는 이종원 씨는 휴가를 내고 대회에 참여했다. 이 씨는 “이곳에 오카리나를 연주하러 왔다”고 말하고 멋진 오카리나 연주를 무대에 올렸다. 발언 제한 시간 2분이 지나자 이 씨는 연주를 멈추고 “아쉽지만 숙소에 가서 더 연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출처 : 비마이너(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4097)